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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5화

"민경아 요즘 무슨 일 있어?"

"응? 별 일 없는데 왜?"


대학 구내식당에서 민경과 같이 점심밥을 먹던 민경의 친구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민경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자 친구는 주변 눈치를 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너 최근에 좀 이상해. 왜 자꾸 그런 옷만 입는거야?"

"옷..?"


친구의 지적을 들은 민경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냥 평범하게 딱 달라붙는 홀터넥 나시로 그녀의 볼륨있는 가슴을 뽐내고 깔끔한 데님 반바지로 다리를 드러냈다. 이정도면 조금 노출도가 있는 편이긴 해도 지적받을 정도는 아니였다.


"무슨 문제있어? 요즘 날씨도 더워서 입어봤는데 너무 노출 심해?"

"노출이 문제가 아니라.. 물론 그것도 맞는데"


친구는 눈동자를 왔다갔다하며 민경의 몸을 훑었다.


"요즘 살찌지 않았어? 뭐랄까.. 좀 부해보여"

"살쪘다고? 내가?"

"응.. 지금 먹는양도 한번 봐봐 정상적이지 않잖아."


친구의 지적에 민경은 자신의 식탁을 보았다. 돈까스 3장, 스파게티 한그릇, 콜라 500ml에 밥 한공기까지 확실히 양이 많아보였지만 못먹을 정도는 아니였다.


"최근에 좀 많이 먹긴 했지만.. 그렇게 찔 정도는 아닌거같은데"

"무슨소리야! 맨날 먹고 배불러서 숨도 못쉴 정도로 힘들어하고 헉헉대잖아 원래 너 먹던 양을 생각해봐!"

"어?"


생각해보면 민경은 음식을 먹을때 배가 터질 정도로 먹는 편은 아니였다. 오히려 포만감을 느끼면 졸리기 쉬워서 적당히 배를 채운다 느낌으로 먹는 편이였다.


"그렇게 먹으면서 옷을 그따구로 입으니까 맨날 배가 볼록 나와있잖아. 지금도 봐"

"이게.. 내 배야?"


친구의 지적을 듣고나서야 민경은 자신의 배가 눈에 들어왔다. 임산부마냥 배에 손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볼록 나와있었다. 물론 일시적인 것이겠지만 계속 이렇게 먹는다면 뱃살이 찌는건 순식간일 것이다.


"그리고.. 너 털 정리 안해?"

"털? 아 맞다 까먹었어"

"그거 어제도 까먹었댔잖아. 이정도면 일부러 안하는거야! 나시를 입지말던가 응?"

"시, 심해?"

"어 완전대박 심해"

친구의 말에 민경은 조심스럽게 왼손으로 오른쪽 겨드랑이를 만져보았다. 까슬까슬한 정도가 아니라 부슬부슬한 느낌이 들었다. 겨드랑이털이 1~2cm정도 자란 것이다. 다행히 체모가 적은 편이라 엄청 보기흉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나시를 입고 이런 겨드랑이털을 기르고다니는게 다른사람에게 보여지면 부끄러운건 마찬가지였다.


"히이익?!"


그제서야 민경은 자기가 무슨 꼴을 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확실히 친구의 말대로 최근 유독 노출도 높은 옷을 입었고 매 점심때마다 무리하게 많이 먹어 살이 3kg정도 찐 상태였으며 털 정리를 매번 까먹어 민소매를 입으면서 겨드랑이털을 보이고 다니는 멍청한 짓을 하는 중이였다. 안색이 창백해진 민경은 벌떡 일어났다.


"나, 나 얼마나 이러고 다녔어?"

"뭐?"

민경의 질문에 친구는 그녀를 이상하다는듯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마.. 일주일 됐지?"

"이, 일주일이나?!"


깜짝놀란 민경은 팔을 딱 붙여 겨드랑이를 보이지 않게 한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민경은 아주 미묘하게 위화감을 느꼈다.


'슬쩍슬쩍 쳐다보고있어..'


너무 과하게 아무도 자신과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는걸 깨달은 민경은 얼굴을 붉혔다. 이미 뒤에서 충분히 자신을 씹을거리가 되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였다.


"민경아?"

"나, 나 오늘은 수업 못 받을 것 같아. 나중에 내가 교수님께 몸이 안좋았다고 말씀드릴게"

"어, 응 그래.. 들어가"


민경은 재빨리 식당을 벗어났다. 다른 식탁에 앉아있던 최민지와 눈이 슬쩍 마주친 것 같아 더욱 수치스러웠다.







"어머 쟤 나간다 봤어 민지야?"

호다닥 뛰쳐나가는 민경을 눈으로 끝까지 따라가며 혜윤이 말했다. 민지는 마시던 물컵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딱히~ 애초에 별로 관심도 없던 얘라서"

"그래?"


물론 거짓말이다. 최근 민경이 추태를 보이며 알아서 약점을 갖다바치는 모습에 민지는 앓던 이가 쏙 빠지는 기분이였다. 단지 저런 여자를 신경쓰고있다는 이미지상 좀 깨보이는 부분을 감추고 싶을 뿐이였다.


"뭐에 홀린거마냥 이상했지. 미용과는 몸매관리 안해서 좋겠어 저렇게 먹어도 스트레스 안받고 말이야"

샐러드를 먹으며 소민도 한마디 거들었다. 최근 무용과는 빡세게 체중관리를 하는 기간이였고 그 탓에 같은 과 동기인 민지와 소민은 철저하게 관리된 식단으로 먹고있었다.


"그, 그러게에~"


다만 두명이나 그렇게 먹다보니 유아교육과인 혜윤 역시 무용과도 아니면서 강제로 샐러드 위주의 식단을 해야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혜윤은 조용히 샐러드를 씹었다.


"뭐, 됐어. 오랜만에 기분좋아지네 가서 연습해야겠다."

"같이가자. 혜윤이 너도 적당히 먹고 들어가"

"으, 응~ 나중에보자"


민지와 소민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남은 혜윤은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을 틀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어 익숙했다.


"..아하하"


영상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오늘따라 유독 샐러드가 썼다.








"크흑.. 씨발..!"


정신을 차린 지혜는 서둘러 옆에 놓인 휴지곽에서 휴지를 마구 뽑아 코를 틀어막았다. 코피로 인해 하얀 휴지가 금세 새빨개졌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눈이 파르르 떨렸다.


"씨발년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초를 치는거야!"


대충 피가 멈춘걸 확인하고 휴지를 쓰레기통으로 던지며 지혜는 소리쳤다. 쓰레기통 주변에는 피를 잔뜩 머금어 새빨개진 휴지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


"헉..허억..다 됐는데..!"


민경과 잠깐 만난 이후 일주일의 시간동안 지혜는 자는시간을 최소화하고 민경에게 적은 암시가 시간이 다되어 사라지면 바로 갱신하고를 반복했다. 그리곤 몸을 한계까지 몰아가면서까지 민경과 민지의 몸에 빙의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생활습관은 어떻고 인간관계는 어떻게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부분이 약점인지를 최대한 관찰했다.


일주일간 민경을 집중공략한 덕에 민경의 육체에 작게나마 변화를 주는데 성공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민경이 친구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암시는 계속 유지했을 것이고 몸을 더 망가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완전히 생각을 바꾸는건 불가능한건가?"


노트에 적은 민경의 암시는 지워져있었다. 추측이지만 아마 민경이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고 충격먹은 그 순간 암시가 풀려 지워진 것으로 생각됐다.


"이정도 이야기로도 풀리는 암시라니.. 어이가 없네"


다시 암시를 적기 위해 펜을 집어든 지혜는 손을 몇번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다시 내려놓고 말았다. 한계였다.


"씨발씨발씨발..씨발!"


일주일간 몸을 갈아가며 얻은 성과라곤 겨드랑이털 2cm 자라게하기, 살 3kg로 찌우기 였다. 겨드랑이털이야 다시 제모하면 그만이고 살은 금방 뺄 수 있는 수준이였다. 물론 노출높이고 드러나게해서 이미지를 망가뜨리긴 했다만 이걸론 성실여대의 인기스타인 민경에게 아주 큰 타격이 아니였다. 다시 몸을 가꾼다면 금방 사람들은 민경을 좋아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신민경만 공략할 순 없어..'


게다가 지혜의 복수대상인 민경뿐만이 아니였다. 민경을 공략하는동안 최민지가 뻔뻔하게 행복해하며 사는 것을 보며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였다. 일단 기력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였기에 차가운 물을 마시며 진정효과를 받으며 갈증을 해소하고 정신을 차렸다.


"하.."


일주일간 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사실에 지혜는 의욕이 뚝 떨어졌다. 어차피 또 안될거라는 생각에 당장 생각나는 문구를 적으며 민지에게 암시를 걸었다.








"자 하나 둘! 하나 둘! 스텝 밟고! 집중하고!"


민지와 소민은 한참 무용 연습에 집중하는 중이였다. 아직 몸풀기에 불과했지만 이 과정 역시 깐깐하게 봤기에 최선을 다했다.


"자 하나! 둘!"


구호에 맞춰 민지는 다리를 o자형태로 구부렸다가 펼치기를 반복하는 중이였다. 이 반복동작이 끝나면 다음으론 춤을 출 예정이였다.


"자 하나!"


민지는 다리를 구부렸다. 이제 둘 구령에 맞춰 일어서면 그만이였다.


"둘!"


뿌우우우우우웅~!


"...."


잠시 무용과 연습실에 정적이 흘렀다. 너무나도 명확하게 들린 누군가의 방귀소리 탓이였다. 그것도 무척이나 우렁찬 방귀였다.


"...자 다들 집중! 하나! 둘! 하나! 둘!"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교수였다. 이런 일이 드물긴 하지만 처음 겪는 일은 아니였기에 재빨리 분위기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집중!"

"네!"


교수의 불호령에 주변 사람들 역시 하나 둘 정신차리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 중에는 누가 뀐거지? 싶어 옆사람에게 살짝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나 아니야~ 하며 친구와 킥킥 장난치는 이도 있으며 별 신경 쓰지 않고 연습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하기에 범인이다 싶어 최민지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큿..크윽"


고개를 푹 숙여 표정을 머리카락으로 가린 민지의 얼굴은 무척이나 빨개져있었다. 자신이 그런 우렁찬 방귀를 그것도 남들 앞에서 뀌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치욕스러움과 분노에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이런 실수를 한다고? 분명 눈치 깠겠지?'


하필 가까이서 연습하던 사람들도 몇명 있었기에 최민지가 천박한 방귀를 뀌더라 라는 소문이 퍼질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지금까지 남들 앞에서 방귀 뀐다는 상상조차 못할 저급해보이는 행동을 그녀에게 너무나 익숙한 준비자세를 하는 와중에 해버렸다는게 무척이나 굴욕이였다.


'씨발..씨발씨발 개씨발!'


배도 아프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온 방귀가 원망스러웠지만 일단은 아무렇지 않은척 연습을 이어갔다. 괜히 더 멈춰섰다가 교수의 지적으로 주목받으면 자신이 방귀 뀐 범인이라고 짐작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자 하나! 둘!"


다시 똑같은 자세를 이어가며 민지는 최대한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오히려 엉덩이를 조이기에 신경 쓴 탓에 자세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망가졌다.


'아아 씨발!'


민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당장 연습이 끝나면 또 이 일에 대해 소문이 퍼지지 않게 해야했기에 머리를 써야했다. 자신이 고작 방귀따위에 휘둘리는 기분이라 무척이나 불쾌했다.








"이게.. 왜 됐지?"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최민지

1.방귀가 나올 것 같을때 의식하지 못한다.

2.

3.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생각없이 적은 암시가 사라지지 않자 지혜는 당황했다. 원래 이정도까지 됐나? 생각했지만 일주일간 민경에게 다른 암시를 적용해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본 결과 지금 적은 암시는 원래라면 노트에 적자마자 지워질 수준의 암시였다.


"설마.."


'신민경의 몸 상태에 따라 노트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내가 민경이 몸을 망가뜨려서 이정도까지 가능해진거라고?"


지금까지는 노트에서 설명하는 민경의 몸 상태가 좋은 쪽으로 바뀐 것인지 나쁜 쪽으로 바뀐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정도 정보가 모이면 확실했다. 지혜가 민경의 몸을 망가뜨릴수록 최민지에게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가 커진다.


"혹시 신민경도?"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신민경

1.방귀가 나올 것 같을때 의식하지 못한다.

2.

3.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신민경의 몸 상태에 따라 노트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똑같은 내용을 민경의 암시항목에 적자 역시나 지워지지 않았다. 즉 이건..


"가장 싫어하는 두 사람이 운명을 공유하게 되는거구나? 신민경이 망가지면 최민지도 망가지고 최민지가 망가지게되면 신민경은 더더욱 망가지게 되는거야."


친한 친구인 민경을 희생해서 최민지에게 복수한다. 단순하게 보면 이런 불합리한 구조지만 둘다 증오하는 지혜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푸하하하! 좋아 이러면 더더욱 망가뜨려줘야지. 기대해 둘다"


일단 가장먼저 노트의 능력 향상을 위해 민경을 망가뜨리는 것이 먼저였다. 물론 이번에는 최민지도 놀게 할 생각은 없었다.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최민지

1.방귀가 나올 것 같을때 의식하지 못한다.

2.식사를 할때 식탐이 심해진다.

3.옷을 고를때 촌스러운 옷이 유독 눈에 잘 들어온다.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느정도 노트에 적응한 덕에 적당한 조건을 걸고 암시를 거니 전부 다 성공이였다. 지혜는 문득 최민지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체력이 바닥이라 빙의 못하는게 아쉽네."


아마 순수하게 본인의 능력으로 우렁찬 방귀를 뀌는 민지를 지혜가 봤더라면 박장대소를 했을 것이다. 최민지 같이 완벽한 척 하는 인간도 방귀소리는 천박하구나 하면서.


하지만 지혜가 민지의 추태를 보는 것은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였다. 그녀는 느긋하게 천천히 조여가기만 하면 됐다.

(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5화

Comments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anonym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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