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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3화

"자 마셔마셔!"


술자리 분위기는 한참 달아올랐다. 평소라면 진작 집에 갔을텐데 오늘따라 유독 술이 잘들어가는 탓에 민지는 잔뜩 취할 정도로 마셨다.


"민지야 오늘 기분 좋은가보다? 많이먹네?"

오래전부터 민지를 알던 사이인 혜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고 눈은 반쯤 풀려있었다.


"으응.. 오늘따라 많이 들어가네?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런가?"

"아~ 그렇긴 하지. 근데 너무 무리하진마 뭐 필요해?"

"됐어됐어~ 술이나 더 따라봐.. 히히"


잔을 내미는 민지를 보며 혜윤은 옆자리 소민을 바라봤다.


"소민아 얘 어떡해?"

"응? 뭐, 알아서 하겠지? 굳이 그렇게 걱정할 필요 있어?"

"그, 그렇긴 한데.."

"빨리 줘어! 술!"

"아, 알았어!"


술을 더 먹이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유독 술에 집착 보이는 민지를 이기지 못한 혜윤은 그녀가 원하는대로 술을 따라줬다. 민지는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키고 나서 잔을 쾅! 내려놓았다. 그리곤 어딘가 불편한지 허벅지를 부비적거리며 몸을 베베 꼬았다.


"우..으"

"괜찮아? 화장실갈래?"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모습에 혜윤이 물었지만 민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러엇.. 술..더줘"

"아니 그만 마셔! 너 지금 한계라니까?"

"싫엇!"

"꺄악!"


민지는 혜윤의 팔을 파악! 뿌리치더니 이젠 기어코 맥주병을 들고 병나발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애 같이 떼쓰는 모습에 혜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오늘 얘 왜이래?'


평소 혹시라도 약점잡힐까봐 자신의 이런 부분을 보이지 않으려고 자기관리에 힘쓰던 민지를 알고있기에 유독 절제못하고 술을 들이키는 이 모습이 생소하기만 했다. 물론 그만큼 싫어하던 민경에게 압박줬다는게 좋은 일이였나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걔가 뭐라고 이정도까지 달려? 이상해..'


"알았어 마음대로해. 적당히 마셔 그래도"

"당연하지~ 내가 누군지 알잖아? 나 최민지야 최민지!"

"그래그래"


'그만큼 우리랑 친해서 편하다는거겠지'


잠깐 찝찝함을 느꼈지만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혜윤은 민지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냅두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누가봐도 오줌 마려운 것 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허벅지를 쉴새없이 부비적 거렸음에도 화장실만큼은 절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술자리의 열기도 식어가고 민지는 물론이고 혜윤 소민까지 잔뜩 취하게되자 세명은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었다.


"후우.. 막차는 진작 끊겼는데 적당하게 근처 방 잡고 자자?"


"아 응 저기 찜질방 있던데 거기 갈래?"


"찜질방? 괜찮네. 가자"


"민지야 찜질방 괜찮아? 응?"


"으..우..으"

"완전 맛 가버렸네. 걔는 그냥 끌고가자"

"좀 도와줄래?"

"귀찮아~ 그런건 니가 잘하잖아."


야! 라고 소리치는 혜윤을 뒤로하고 소민은 먼저 앞으로 가버렸다. 민지를 어깨에 기대게해 부축하던 혜윤은 그런 소민의 뒷모습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낑낑 민지를 부축했다.


"아우.. 민지야 몸에 힘 좀 줘봐"

"..아.."


술때문에 축 처진 민지는 무척 무거웠다. 혜윤은 '이렇게 정신을 못차리는 얘를 데리고 찜질방을 어떻게 가지?'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모텔방 잡을걸 후회했다.








-웅성웅성

"으.."


시끄러워


인상을 찌푸리며 민지는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얼마나 마신거야'


자기답지 않게 술을 엄청 먹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였고 자신이 입고있는 옷을 보니 찜질방 옷 같았다.


"아! 일어났네. 아가씨 정신이 좀 들어요?"

"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민지가 앞을보자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까지 웅성거림이 찜질방이라 그런건줄 알았더니 민지를 보며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였던 것이다.


"아니! 여기에 오줌싸면 어떡합니까? 예?!"

"네? 오, 오줌이요?"


무슨 소리지? 생각하며 민지는 자신의 바지를 보았다. 매트 위에 누워있던 민지는 바지를 흠뻑 적시고 크고 노란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꺄악?!"


물이라고 하기엔 맥주를 많이 먹은 탓인지 누가봐도 오줌으로 알아챌 정도로 진한 지린내를 풍겼다. 자기가 싸놓고 되려 놀란 민지가 비명을 지르자 그 소리에 옆에 누워있던 혜윤이 눈을 부비적거리며 일어났다.


"민지야 일어났어? 무슨 일이야?"

"보, 보지마!"

"아니 왜 오줌 싼 쪽이 소리친대요? 빨리 치워야하니까 일어나요! 지금 주변에서 난리야 난리!"

"알겠으니까 조용히 해요 아줌마!"


얼굴이 새빨개진 민지는 자신을 다그치는 아줌마에게 버럭 화를 냈다. 눈을 뜬 혜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미, 민지야 너 설마 오줌쌌어?"

"시끄러! 크윽!"


벌떡 일어난 민지는 오줌에 젖은 바지를 최대한 양손으로 가리고 욕탕으로 뛰어갔다. 그런 민지를 보며 아줌마 아저씨들이 혀를 차거나 미친년.. 하고 욕을 내뱉었다.


"아니 지가 오줌 싸곤 왜 성질이래 내가 이런거 치우는 사람인줄 아나?"

"저저저 싸가지 하곤.. 요즘 젊은 것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아가씨 친구야? 이러면 어떡해 여기 공공장소야 공공장소!"

"아.. 네 죄송합니다."


일단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대신 고개를 숙인 혜윤은 달려가는 민지를 눈으로 따라갔다. 민지가 욕탕에 내려가는걸 확인한 그녀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자신들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옆에 누워있는 소민을 흔들었다.

"아오 진짜.. 소민아 일어나봐!"

그러자 팔로 얼굴을 가린 소민이 조용히 대답했다.


"일어나있어."

"뭐? 언제부터?"

"사람들이 쟤 오줌쌌다고 난리칠때부터. 일행인걸로 보이기 싫어서 자는척 하고 있었지"


에휴 시발 한숨을 내쉬며 소민은 몸을 일으켰다.


"가자 욕받이 하러"

"아우.. 너도 그걸 자는척해? 진짜 힘들어죽겠는데 둘다 왜그래 아침부터!"

"내 잘못이야? 나도 좆같거든?"


혜윤과 소민 둘다 숙취가 있었기에 예민한건 마찬가지였다. 둘은 민지가 싸지른 오줌을 닦는 찜질방 직원 뒤로 뛰어 민지를 쫓아갔다.


'씨발씨발씨발씨발!'


먼저 욕탕으로 내려간 민지는 새빨개진 얼굴로 입고있던 옷을 벗어 세탁함에 넣었다. 알몸이 된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몸을 씻었다.


'개씨발!'


몸이 벌개질 정도로 문지르며 민지는 이를 갈았다.


방금 전 머릿속에 들어온 아줌마 아저씨들이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표정이, 자다 일어난 혜윤이 자신을 바라보며 당황하던 그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좆도 아닌 것들이 씨발..!'


한심한 것을 본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 사람들은 본래라면 민지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일 것이다. 자신은 예쁘고 잘났으며 돈이 많았다. 앞으로 미래로 갈수록 그 사람들과 자신의 격차는 벌어질 것이고 나중에는 아예 볼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사람들이였다.


'나를 그런 눈으로 봐?!'


병적으로 자기 약점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는 그런 사람들에게 받는 멸시와 조롱의 시선들을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때 뒤늦게 혜운과 소민이 쫓아왔다.


"민지야 괜찮아?"

"..."


대답 대신 두 사람을 무시하며 민지는 샤워를 계속했다. 소민이 혜윤의 옆구리를 툭 치며 턱짓으로 샤워기를 가리켰다. 우리도 일단 씻자는 뜻이였다.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로 세 사람은 씻고 간단하게 화장한 뒤 밖으로 나왔다. 주변에 사람이 적은 걸 확인한 민지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누가 찜질방으로 가자 했어?"

"응? 내, 내가 가자고 했는데.."


혜윤이 대답하자마자 민지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


'짜악!'


"아악!"

"미쳤어? 누가 찜질방 같이 사람많고 시끄러운곳으로 가재? 나는 이런데 질색인거 몰라?"

"하, 하지만 너 어제 완전 뻗어서.."

"그럼 모텔을 잡던가! 누가 거지년 아니랄까봐 선택하는 것 하나하나 빈티가 나?"

"윽.. 미, 미안.."


불합리하다. 라는 것은 알고있었다. 지금 민지가 자신을 다그치는 이유는 오줌싼게 부끄러워서 그것을 숨기기 위함이란걸 혜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해 민지야 내가 모자랐어"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민지에게 사과했다. 자신에 비해 민지가 가진 것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리고..


'예쁘다..'


대충 가볍게 화장했음에도 자기에 비해 월등하게 예쁜 민지를 보며 화가 나기보다 예쁘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에 그녀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쯧 한소민 너는"

"나도 어제 많이 마셨거든? 왜 또 지랄인데 난 뭔지 몰라"

"..모르면 됐어"


소민의 대답을 들은 민지는 헝클어진 혜윤의 머리를 정리해주며 말했다.


"미안해 아팠지."

"어? 아, 아냐 괜찮아! 너가 많이 화났을만해. 내가 잘못했는걸"


다정하게 자신을 다독여주는 민지에게 혜윤은 눈물날 것 같았다. 눈가가 촉촉해진 혜윤을 보며 민지는 미소를 지었다.








"미친년들.."


물론 이 광경을 지혜가 전부 보고있을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노트에서 손을 뗀 지혜는 방금 전까지 최민지의 몸 안에 들어간 것에 대한 후유증으로 또 다시 코피를 흘렸다.


"윽.. 이번엔 너무 오래봤나?"


휴지로 코를 막으며 지혜는 노트를 펼쳤다. 자기 전에 적은 항목이 아직 남아있었다.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최민지

1.술을 필름 끊길때까지 마신다. 단, 화장실은 가지 않는다.

2.

3.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번 내용은 안지워졌네. 암시를 했다곤 해도 술을 마실 분위기가 아니라서 계속 마시진 않는건가"


찜질방에서 깨자마자 술을 찾는게 아닌걸 봐선 암시를 걸었다고해서 하던 일을 멈출정도로 가해지는건 아닌듯했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이정도 암시는 먹힌다는거잖아? 아직 감이 안잡히긴 하지만.. 이거라면 이 미친년을 엿먹이기 충분해"


방금 본 내용으로 상상 이상으로 최민지라는 사람이 정신병자라는 것, 그리고 친구라고 볼 수 있는 혜윤과 소민과의 관계도 지혜가 아는 친구라는 관계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혜는 이걸 이용해 민지 주변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그녀를 무너뜨릴 생각이였다.


"그보다.."


다만 신경쓰이는 것은 신민경이였다. 민경은 어떻게 무너뜨릴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이 문장은 뭐지?"


민지와 다르게 민경의 암시항목에만 존재하는 문장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신민경

1.

2.

3.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신민경의 몸 상태에 따라 노트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신민경의 몸 상태에 따라 노트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이 알 수 없는 문장이 지혜를 신경쓰게 만들었다.

(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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