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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너

가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사귀었던 친구. 이름은 소영이었다. 소영이는 하얀 피부에 동그한 눈을 가진 귀여운 아이였다. 우리는 처음 어떻게 서로 말을 걸게 됐을까? 그건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는 소영이와의 첫 기억은 좀 독특하다.

소영이를 우리 집에 데리고 놀러갔었다. 엄마, 얘는 소영이라구 내 친구야! 하고 소개를 했다. 그런데 감수성이 부족했던 엄마는 ,무엇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소영이가 보는 앞에서 내 바지를 갈아입혔다. (내가..바지에 실례라도 했던건가. 그런거 아니었는데... 옷이 더러웠나? ) 나는 싫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에이, 친군데 뭐 어때!" 하면서 갈아입혔다. 갑자기 소영이 앞에서 팬티를 보여줘야만 했던 나는 너무 부끄러웠고 엄마한테 화도 났지만, 그렇다고 토라져서 정색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면 멋지지 않은 것 같았다. 처음 사귄 친구앞에서는 어른스럽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 손에 바지가 갈아입혀지는 중간에 팬티만 입은 나는 그래도 의연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그래, 이깟 팬티 좀 보이는거 여자친구끼리 뭐 어때, 그..그치? 하지 실은 마음속 깊이 스크래치가 생겼다. 8살 은비는 친구에게 갑자기 팬밍아웃을 하는게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러웠다. 엄마 정말 나빴어... 방에 데리고 들어가서 갈아입혀도 됐었잖아요... 가끔 어른들은 아이들은 바보로 아는 것 같다. 정말..!

어쨌든 그렇게 바지를 갈아입고 이번에는 소영이네 집에 같이 놀러갔다. 1학년 어린이들은 한번은 우리집 한번은 너희집 놀러가는게 정해진 절차같았다. 안녕하세요! 소영이네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소영이가 자기 방으로 후닥닥 가더니 뭔가를 들고 나왔다. 응? 새 바지였다. 

"옷 갈아입어야겠다~!"

소영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내가 보는 앞에서 바지를 갈아입었다. 갑자기?? 소영이 어머니는 황당해 하셨다. 집에 오기 전 우리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셨을테니 당연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감동을 느꼈다. 그날 이후로 소영이랑 나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소영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때까지. 

8살밖에 안된 아이가, 친구가 팬티를 보여줘서 부끄러워 했다는 걸 계속 마음에 새기고 있다가, 자기가 먼저 나서서 자기 팬티를 보여주는 것으로 내 마음을 위로해준 것이다. 자, 너도 내 팬티 봤으니까 이제 우리 똑같지?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아직도 소영이다. 고작 8살이었지만 소영이는 이미 친구의 감정을 관찰하고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는 아이였다. 우리집에는 없는 컴퓨터가 소영이네 집에는 있었어서, 하교후에 소영이네 집에 가서 컴퓨터로 같이 게임을 했던 즐거운 기억들이 가끔씩 파편처럼 떠오를때면 정말 그립다.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소영이같은 친구를 내가 놓쳐버렸다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너무나 아쉬운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너무 어렸을 때 사귄 친구고 또 너무 어렸을 때 전학을 가버려서 계속 연락을 나누며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요즘도 문득 문득 생각나는 소영이.

소영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흠... 찾아보면 찾을 수 있을까나.


Comments

제 이름도 소영이예요🥰

That's a adorable, your friend made you feel comfortable by doing the same thing. We don't always get to keep in touch with people we might want to but the curiosity is sometimes very strong to know what they might be up to now. You have some good memories because of them though so it's better than to have never met them 😄

rambam

Haha, what a considerate gesture. One could think that on this day your friend acted more mature than your mom.

Ronny [Rendition]

It seems like you have very fond memories of your childhood friend. Like playing computer games together and showing each other's underwear lol! 😄 I hope you get to meet your childhood friend again so you two can catch up with each other. I'm sure you'll have lots to talk about! 😊

첨엔 웃겼는데 팬티에 감동이 올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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