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keTami
inori-0
inori-0

fanbox


62. 안도

※아래 내용은 와타오시 번역님께서 번역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드세요.”


부드러운 말투로 필리네 님이 말했습니다.

그 말에 따라 우리도 고개를 들었습니다.


눈앞의 옥좌에 앉은 필리네 님의 금빛 머리카락은 예전에 봤을 때보다 한층 더 아름답고 풍성해졌고, 붉은 눈동자엔 온화하면서도 굳건한 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품격이 느껴지는 자태는 전 황제인 도로테아 님을 연상시켰습니다.

옥자 뒤엔 도로테아 님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서, 저 날카롭고도 늠름한 얼굴을 보니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이곳은 나 제국 황성의 알현실입니다.

이 자리엔 저와 릴리 님, 시몬까지 세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학생들의 대표입니다.


전이문으로 달려온 필리네 님은 몸소 학생들을 보호하면서 안전한 장소까지 안내해 주셨습니다.

필리네 님 말로는, 아무튼 지금은 사람 손이 아무리 있어도 부족할 정도니 황제랍시고 의자에 궁둥이만 붙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라고 하셨습니다.

아니 황제가 그래도 되는 거예요?


그래도 납득이 되네요.

필리네 님이 몸소 지휘를 맡고 계셨으니, 병사들이 강했던 것도 당연합니다.


함께 넘어온 학생들이 일단 숙소에 도착해 한숨 돌리고 있을 때쯤, 우리는 필리네 님의 호출을 받아 몸단장을 마치고서 이곳에 온 게 지금까지의 경위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정장은 지참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학원 교복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래도 학원 교복은 몹시 포멀한 디자인이라 그다지 위화감이 없습니다.


필리네 님은 윤기 있는 뺨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이번엔 몹시 큰일이었네요. 나 제국까지 온 모처럼의 수학여행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나 제국 황제의 이름에 걸고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황송할 따름이에요.”


우리 세 사람은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예를 표했습니다.


“여러분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셨겠죠. 제가 조금 설명을 드리려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부디 부탁드리겠어요.”

“알겠습니다.”


필리네 님이 눈짓하자, 초로의 시종이 세계 지도를 가져왔습니다.

필리네 님은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습니다.


“지금 나 제국과 바우어 왕국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가 마물과 마족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일제히 봉기를 일으킨 걸로 보이는군요.”

“보, 봉기……?!”

“각 나라는 저마다 자국의 군대를 투입해 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게이트를 가장 먼저 파괴당한 게 통한의 일입니다.”


필리네 님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결국 망가지고 만 건가요?”

“네. 알레어 짱 탓은 아니랍니다. 지하를 통한 침공에 대응하지 못한 시점에서 늦든 빠르든 파괴당하고 말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우선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겠죠.


“게이트가 파괴된 결과, 각국의 연계에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인력과 물자의 유통 일부는 게이트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통의 흐름이 완전히 멈추고 말았죠.”


멀리 떨어진 장소를 시간의 제약 없이 이어주던 장치가 파괴당한 겁니다.

그에 따른 손실은 적지 않겠죠.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유통망은 변함없이 존재하지 않나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사태에 대비해 준비해 뒀던 기존의 유통망이 정작 이 상황이 되자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부끄러운 이야기군요. 보아하니 각국의 유통망과 국방에 마족이 상당히 깊이 침투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심한 일입니다, 라며 필리네 님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한숨만 쉬고 있어봤자 소용없어요. 이 사태에 제국은 어떻게 나서실 건가요? 필요하다면 저희도 힘을 보태겠어요.”


지금은 긴급한 상황이니 쓸 수 있는 인재는 아낌없이 사용해야겠죠.

물론 바우어가 걱정되긴 하지만, 그곳에는 어머님들과 도르 할아버님, 그리고 메이도 있습니다.

아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고마워요. 한때 세계를 구해냈던 여러분에게 또 이렇게 어른들이 의지해야하는 상황이 면목 없긴 하지만…….”

“뭐든 말씀해 주세요.”

“고맙게 도움을 받겠습니다. 나 제국에는 과학 문명의 유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어렴풋이 듣긴 했어요.”


루프하며 서로를 수복하는 두 개의 문명.

우리가 있는 곳이 마법 문명의 세계고, 다른 쪽은 과학 문명의 세계라고 들었습니다.

그 과학 문명의 유적이 이곳에 있다고 합니다.


“시간을 들이면 유통망을 회복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건 마족들도 상정해 둔 일이겠지요. 그러니 의표를 찔러 게이트를 수리하겠습니다.”

“그,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우리 힘만으론 힘든 일이겠지만, 마침 운 좋게 지금 제국에는 마도구 분야의 일인자가 머무르던 중이었습니다. 들어오세요.”


그 말에 알현실에 나타난 사람은——.


“다들 안녕. 오랜만이네. 시몬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빠?!”

“래, 램버트 씨?!”


시몬의 아빠, 램버트 오르소였습니다.


◆◇◆◇◆


“토키 짱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러 온 참이었거든.”


그녀를 수리하기 위해 유적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발굴 허가를 받으려고 했는데, 역시나 좀처럼 허가가 나지 않았어. 그러던 와중에 이런 소동이 벌어진 거 있지? 어쩌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필리네 폐하의 부름을 받은 거지.”


필리네 님은 램버트 씨에게 게이트 수리를 맡길 생각인가 봅니다.


“재료의 발굴 허가를 주는 조건으로 램버트가 수리를 맡아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게이트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발굴해 오기만 하면 됩니다만…….”


듣자 하니 게이트 수리에 필요한 재료도 그 유적에서 발굴할 수 있다나요.


“그걸 저희에게 부탁하고 싶다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육로를 통해 바우어로 돌아가려면 며칠이나 시간이 걸리겠죠.

게이트 수리가 가능하다면야 이쪽이 훨씬 빠를 겁니다.


“발굴엔 나도 동행할 거야. 너희들만으론 뭘 가져와야 할지 알 수 없을 테니까.”

“그 부분은 맡기겠어요, 램버트 씨. 힘쓰는 일은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잘 부탁할게.”

“자,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쯤, 저는 시몬의 말수가 적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표정을 살피니 상당히 굳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시몬?”

“왜, 왜 불러……?”

“어쩐지 기색이 평소랑 다른데요?”

“펴, 평소 그대론데?”


그런가요?

제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릴리 님이 시몬 뒤로 살짝 돌아가서,


“시몬 짱, 불안했던 거죠?”

“따, 딱히 나는……!”

“이럴 때 정도는 아빠에게 응석을 부려도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등을 살짝 밀어주었습니다.

시몬은 두세 걸음 앞으로 걸어가 램버트 씨 앞에 서자, 표정이 한층 더 딱딱해졌습니다.


“시몬…….”

“따, 딱히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냥 좀 예상 밖의 사태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것뿐이니까!”


허세를 부리는 시몬 앞에서 램버트 씨는 팔을 벌리며,


“이리 오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시몬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표정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푹 수그리고서 램버트 씨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흐느낌을 눌러 죽이며 훌쩍이는 시몬의 등을 램버트 씨가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제가 봐온 시몬은 언제나 씩씩하고 심지가 굳은 소녀였지만, 생각해 보면 이곳은 낯선 다른 나라.

갑자기 그런 곳에 내던져져 마물에게 습격당했으니, 당연히 불안감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겠죠.


시몬은 애써 태연한 척했던 거군요.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아빠가 곁에 있어.”


시몬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램버트 씨는 계속 그녀를 안아 주었습니다.


More Creators